이직을 준비하게 된 배경
정말 오랫만에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이전부터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회사를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자발적 또는 타의적으로 정리되어서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서 이직은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처럼 과실이 익기를 천천히 준비할 수 있는 문제에서 당장 해결해야되는 과제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전 회사에서의 경험
이직 준비 계획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깐 지금까지의 회사의 경험을 회고해보려고 한다. 고든램지의 키친 나이트메어의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어떤 망해가는 버거집에서 고든램지를 불러 솔루션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에피소드였다. 사장은 가게에서 좋은 재료만을 쓰고 자기만의 레시피로 만든 메뉴를 고든램지에게 대접했고 그걸 먹은 고든램지는 혹평 후 음식을 뱉었고 바로 다음 쉐프가 직접 만든 버거를 먹고 칭찬을 하는 내용이였다.
그렇게 버거를 먹고 식당에 솔루션을 이야기하는 과정속에서 고든램지는 사장에게 직설적으로 좋은 재료만을 써서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은 착각이라고 이야기를 하였고 자기가 전문성을 지금까지 발휘하지 못한 쉐프는 고든램지에게 억울함을 토로하였다. 이 에피소드처럼 이 회사는 기술적으로 문제점이 많은 회사였고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을 모았었다.
때로는 야근도 하고 격무에 시달려 힘들기도 하겠지만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기도 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경험들을 통해 더 큰 커리어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흔쾌히 합류를 하게되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팀이 만들어지자 이전에 합류하기 전 약속했었던 기술 부채에 대한 과제는 제쳐놓고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기능 개발을 요구하였고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해당 요구를 들어주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팀원들의 불만사항들과 현재 기술부채들로 인해 생기고 있는 생산성 저하, 운영이슈 증가, 장애 발생 등의 데이터로 자료를 정리하여 간담회를 열었고 경영진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었다. 경영진 분들은 우리의 입장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나 개선하기 위한 약속들은 받지못했고 그렇게 우리는 변화와 발전을 점점 더 멈추게 되었던 것 같다.
우선 순위 정하기
일단 사정은 그렇게 되었지만 무기력감에 빠지거나 좌절할 시간은 없었다. 현재 얼어붙은 채용 시장은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더 많은 스킬을 가지길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잘못된 사람을 채용하면서 발생하는 케이스들을 접하면서 인재 채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채용에 한층 더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이직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스킬들을 스프레드 시트에 정리하였고 짧은 기간안에 모든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다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 이력서, 경력 기술서 정리
- 코딩 테스트 준비
- 기술 면접 준비
- 포트폴리오 작성 & 사이드 프로젝트
일단 채용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서류부터 통과했어야 했기 때문에 이력서를 1순위, 그다음은 코딩 테스트를 보고 통과해야지만 기술 면접을 볼 수 있기 때문에 2순위로 지정을 하였다. 3순위와 4순위는 아이젠 하워 매트릭스를 기반으로 지정하였다. 기술 면접은 코딩 테스트가 없이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해당하였고 포트폴리오와 사이드 프로젝트는 경력 개발자 기준으로는 다른 것에 비하면 중요도가 낮고 급하지도 않기 때문에 4순위로 배정하였다.
환경 만들기
나의 주변 사람들은 나를 주도적이고 실행력이 강하다고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나는 소극적이며 리더쉽보다는 팔로워십이 더 강점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ISTP인 내가 왜 주변 사람들은 주도적이다고 평가를 할까?
그건 바로 내가 내 자신을 그렇게 행동하고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은 점이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나는 환경이 잘 갖춰지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고 미룬이가 되어버리는 점과 불편한 환경이나 비효율적이다고 생각하는 사항을 이야기 하거나 직접 개선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해서 바꿔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먼저 아래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만들었다.
이력서/경력 기술서
- 커뮤니티에 이력서 피드백 요청
- 직장 동료에게 이력서 피드백
- 원티드 이력서 챌린지 참여
알고리즘 테스트
- 알고리즘 스터디 참여
- 코딩 테스트를 보는 공고에 지원하기
기술 면접
- 기술 모의 면접 스터디 진행
- CS 관련 인프런 강의 듣기
- 기술 면접 복기
포트폴리오&사이드 프로젝트
- 오프라인 모각코 참여
- 온라인 공부 모임 참여
앞으로의 계획
기생충에서 나온 대사 중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계획을 하면 모든 계획이 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거든." 와 같은 대사가 있다. 이 대사처럼 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는 언제까지 코테를 마스터하고 몇월 몇일까지는 기술 면접을 완벽하게 준비해야겠다는 등의 자세한 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저 과정들을 하나라도 완벽하게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들을 필요로 하고 저걸 모두 완벽하게 준비한다해도 내가 원하는 기업들이 나를 뽑아준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인생의 대부분은 운도 따라줘야 하며 운이 따라줬을 때 실력도 갖춰져야하는 운칠기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지금은 더 많이 도전해보고 실패하면서 보완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수많은 실패를 하게 되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자존감과 자신감이 계속 떨어지면서 번아웃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이전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번아웃이 올 때가 있었고 그럴 때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건 꾸준한 기록과 회고를 통해 내가 얼만큼 성장해왔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자기확신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나는 기술 블로그를 쓰기 전에는 글을 한번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147개의 블로그 글들을 써왔고 한달에 책한권을 읽을까 말까했던 내가 지금은 700쪽이 넘는 책들을 수시로 찾아보고 책장에 수십권의 책을 꽂아놓은 것처럼 작다고 생각하던 일들이 쌓이고 모여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한 큰 성장과 발전을 해온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 남들보다 한참 뒤에서 출발했었고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그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저보다 연차가 많은 개발자분들에게 인정받고 동료 개발자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좁혀졌다고 생각이 든다. 이처럼 마음이 꺾이지 않고 자기확신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는 것, 지금은 그것이 나에게 제일 큰 과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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