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뉴스에서 또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대규모 인력 감소,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 컴퓨터 공학의 종말... 신입 채용이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까지.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생각하며 안정시키곤 했다.
"개발자는 원래 사람을 대체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고, 결국 자기 자신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눈에띄게 개발자 공고가 사라지고 실제로 AI로 인해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높아진 생산성을 체감하게 되면서 안정적이였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제 나는 대체될 운명인가?"라고 생각하며 다시 걱정에 파도에 휩쓸리곤 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AI와의 토론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불안할수록 정면으로 마주하며 부딪쳐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대체론 찬성 측, 클로드가 반대 측에 서서 토론을 해보기로 했다. 대체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프롬프트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AI는 개발자가 가진 설계 감각과 트레이드오프 판단 능력을 중심으로 반론을 펼쳤다. 하지만 너무나 뻔한 방어였기에 나는 이렇게 반격했다.
"문제를 정의하는 건 개발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와 트레이드오프는 소수의 인력만으로 가능하기에, 결국 많은 수의 개발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AI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개발자만이 가진 정확한 기능 정의 능력, 그리고 소수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대체"가 아니라 "축소"일 뿐이라는 논리였다. 주니어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는 일부 동의하면서도, 그것은 시장이 줄어든 게 아니라 진입 기준이 바뀐 것이라며 방어선을 쳤다.
나는 곧바로 반격했다. 대규모 축소 역시 일부를 대체하는 것이며, 애초에 완전한 대체만을 논하는 토론이 아니라고. 그리고 결정적 한 방을 날렸다.
"1명의 개발자가 100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업은 당연히 1명을 선택할 것이다."

AI는 내가 던진 "1명"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1명의 개발자와 AI 조합은 단일 장애점을 만들고, AI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감독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핵심 반론을 꺼냈다. 생산성 향상은 시장의 확대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이는 결국 더 많은 개발자를 필요로 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AI가 놓치고 있는 게 있었다. 시장의 확대에는 자본이 필요하고, 그 자본은 수요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인력을 대체한 세상에서 그 수요는 누가 만드는가? 다시 되물었다. 내가 뱉은 말이었지만, 이건 단순히 개발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화이트칼라 직종 전체에 대한 아포칼립스나 다름없었다.


AI는 논점을 확장했다. 이 문제는 개발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식 노동 전체의 문제이며, 자본 집중이 심화되면 결국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반론이었다. 이어서 AI가 만든 시스템을 검증하고, 개선하고, 운영하는 사람은 결국 누구인가라며 되물었다.
나의 대답은 명확했다.
"소수의 재능 있는 사람이 그 역할을 할 것이고, 그들의 역할이 확장됨에 따라 대부분의 개발자는 대체될 것이다."


AI는 집요했다. 내가 말한 "대규모 축소"와 "대체"를 동일시하는 것에서 모순이 발생한다며 계속 파고들었고,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최종 책임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는 논리를 반복적으로 밀어붙였다.
나는 다른 각도에서 반문을 던졌다.
"많은 개발자를 만나오면서 느낀 건, 환경에 따라 누군가는 코드만 작성하는 코더가 되기도 하고, 시스템 전반을 관리하는 엔지니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역할의 범위는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환경이 결정한다는 이야기였다.

AI는 다시 익숙한 카드를 꺼냈다. 개발자가 가진 기술적 판단 능력과 트레이드오프 감각. 일반적인 코더는 대체되겠지만, 기술적 판단과 책임을 지는 개발자는 대체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나는 답답해졌다.
"내 말은 이거야. 개발자는 환경에 따라 코더가 되기도 하고, 엔지니어가 되기도 해. 네가 말하는 그 역할은 어떤 곳에서는 아키텍트라 부르고, 또 어떤 곳에서는 TPM이라 부르지."
그리고 핵심을 찔렀다.
"그렇다면 '개발자'라는 개념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 그게 곧 대체 아니야? 마치 지금 콜센터 직원이 대규모로 축소되고 있는 것처럼."

AI는 결국 수긍했다. AI가 개발자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방어선을 하나 남겨두었다.
"개발자의 업무는 비정형적이기 때문에 콜센터처럼 극단적인 대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 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금은 데이터화되지 않은 지식들이 점점 데이터화되고, 이전보다 더 많은 영역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자리도 결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완전한 대체는 아니겠지만 그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개발자가 대체되지 않기를 원했고 그래서 더 토론을 진행하기를 요구하였다.

토론은 여기서 더 깊어졌다. AI는 "전문 지식의 가치가 하락한다면서 소수의 엔지니어는 남는다는 건 모순 아닌가?"라고 물었다.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나는 이렇게 구분했다. 책이나 논문으로 접할 수 있는 형식화된 지식, 이건 AI가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실무 경험에서 쌓인 판단력, 이건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대체되는 건 지식이고, 남는 건 경험이다.

AI는 이 구분을 인정하면서도 역공했다. "그 경험은 주니어 시절의 실무에서 오는 것 아닌가? 주니어가 사라지면 경험을 쌓을 경로 자체가 없어진다." 그리고 기업이 이 파이프라인 붕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육성 경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현실로 답했다.
"기업들도 그걸 알고 있지만, 당장 주니어를 채용하고 있지 않아. 컴공 수요는 급락했고, 신입 공고는 크게 줄었어. 10년 뒤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회사는 많지 않아. 오히려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짓는 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
AI는 마지막으로 지난 10~15년의 개발자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버블이었고, 지금의 축소가 AI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인정했다.

"이 토론에서 당신의 논리가 더 강했습니다. 대규모 축소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는 당신이 이겼습니다."
토론에서 이겼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씁쓸함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내가 이긴 논리는 곧 내 미래가 위태롭다는 뜻이었으니까.
개발자의 미래가 정말 이렇게 될 리가 없다. 아니,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입장을 바꿔보기로 했다. 내가 반대 측, AI가 찬성 측. 개발자는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토론이 다시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