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글쓰기 세미나] 지금까지의 글쓰기 성장기

ri5 2024. 2. 11. 18:46

글쓰기 뉴비 시절의 나

 

초기에 글을 잘 쓰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지 못했던 나는 글쓰는 노하우들을 기르고 단련하기 보다는 그저 누군가 내 글을 더 많이 봐주기를 원했고 글을 통해 내가 열심히 학습하여 성장하는지 알아주기를 원했었다. 이러한 태도는 나에게는 글쓰기가 부담감으로 점점 다가왔고 더 높은 수준의 주제와 심도 있는 내용으로 글을 쓰는 것에 집착하다보니 높은 진입 장벽으로인해 한글자를 작성하는 것 조차 버거웠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을 미루다보니 글을 제출해야되는 매 순간순간이 촉박했고 그렇게 글의 완성도는 점점 떨어져 갔다. 그래도 다른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 글또에서 다양한 개발자분과 분석가 분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다양한 경험들과 좋은 조언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를 통해 얻었었던 간접 경험들은 나자신을 객관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내가 생각 했었던 관점들과 습관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글쓰기의 시작 

이전에 글을 쓸 때에 나는 즉흥적으로 주제들을 생각하거나 스터디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그대로 작성하곤 했다. 이렇게 글의 주제를 정하고 작성하다보면 몇문장 쓰다가 글쓰기를 멈춰버려서 완성되지 못한 글이 되거나 기존에 작성된 내용을 그대로 따라 작성하는 받아쓰기밖에 되 지 않았었다. 그래서 글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씩 내 의견들을 작성해보자`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읽었던 글에 대해 내 의견을 작성해보거나 읽었던 글 중 흥미롭게 읽었던 주제에서 나만의 주제로 각색해서 작성해보기 시작했었다.

 

누구를 위한 글인가

 

지금의 나에게는 독자 선정은 주제를 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단계이다. 이전에는 글을 쓸 때 사실 독자라고 할 것도 없이 내가 공부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하는 메모장처럼 작성하거나  위키처럼 내용을 설명하는 글들을 작성했었다. 그렇게 목적없이 작성된 글을 다시 되돌아 봤을 때애는 그저 정보들만 나열해놓은 무미건조한 글이 되어버렸고 심지어 작성한 나조차도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글이였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글들을 써내려 가다가 커피챗으로 글을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받았던 피드백이 "누구를 위해 작성된 글인지 모르겠다." 라는 피드백이였는데 그때에는 어떤 대상을 위해 글을 쓰는게 왜 중요한지 와닿지 못했었다. 커피챗이 끝난 그날 저녁에 왜 그런 피드백을 받았는지 의아스러운 마음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었고 피드백 받았던 글을 수정하게 되면서 점점 왜 그런 피드백을 주셨는지 깨닫게 되었었다.

 

그때의 나의 글은 그저 아무런 간이 되지 않은 육수에 불과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지만 그저 작은 정보만 얻을 수 있을 뿐 글을 읽고 좋은 인사이트나 영감을 줄 수 없는 글이였다. 차라리 떡국이나 나주 곰탕과 같이 주관이 뚜렷한 요리로 만들었다면 그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육수를 만드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는 요리가 된 것이다.

 

심플하고 단단하게

 

주제와 독자를 선정했으니 이제 글의 틀을 잡아야 한다. 글의 틀을 잡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이는 모든 목차를 적고 그안에 소제목을 자세하게 써놓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브레인 스토밍 처럼 글의 주제들을 나열해놓고 차근차근 순서를 정리하는 식으로 틀을 잡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디테일하게 틀을 잡고 상세하게 정리하는 방법의 글쓰기는 나에게는 글쓰는 것 만큼의 시간과 힘이 필요했고 글도 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 쉽게 쓰러지고는 했다. 그래서 나만의 간단한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은 아래와 같다.

  1. 시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
  2. 어떻게 빌드업 할 것인가?
  3. 마무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글쓰기의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뒤에 내용들이 좌지우지 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커리어에 대한 글을 작성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렇게 나의 커리어는 시작되었다." 라는 식으로 전개 된다면 뒤에 내용은 나의 커리어를 쌓으면서 힘들었던 경험이나 도움 되었던 활동들에 대해 작성하게 될 것이다. 앞에 예시처럼 하지않고  "개발자 커리어의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라고 시작하게 된다면 그 뒤에 내용은 이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 비슷한 경험들을 소개하거나 다른 개발자들의 경험들을 예시로 이야기 할 것이다. 이처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글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어떻게 서론을 시작할지 많이 고민했었다.

 

어떻게 빌드업 할 것인가?

나에게 빌드업이라는 것은 단순히 본문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였다. 예시로 내가 회사에서 어려운 문제를 기술적으로 풀었던 경험을 소개하는 글을 쓴다고 가정해보자.

A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어려움이 있었고 그 어려움은 X와 Y 그리고 Z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X는 이런 문제로 인해 이렇게 해결했고 Y는 이런 어려움이 있어 저렇게 해결했습니다.

 

위의 예시처럼 쓰게 된다면 그냥 참고용 글밖에 되지 못하지만 아래와 같이 작성하게 된다면 독자들이 간접적인 경험을 시켜주고 필자의 노력과 생각들이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것 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A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이런 시도들을 했었고 이러한 과정들을 거쳤었습니다. 그런 시도 끝에 B, C 라는 문제로 원인을 좁힐 수 있었고 그 뒤 B가 실제로 문제 원인인지 파악하기 위해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같은 문제가 재현되어 성공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문장이지만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나는 빌드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놓고 하는 편이다. 이렇게 대략적으로 어떤 식으로 빌드업을 할지 정해놓고 글을 작성한다면 그안에 글들이 자주 수정되더라도 전체적인 틀 안에서 작성을 하기 때문에 손쉽게 이어서 작성할 수 있었다.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

 

글을 마무리 짓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만들었던 제품을 포장하는 것과도 같다. 아무리 제품의 디자인과 성능이 좋더라도 허접하게 포장한 제품을 받은 고객들은 상품에 대한 신뢰를 바로 잃어버리게 된다. 예시로 2023년에 재벌집 막내아들과 카지노라는 드라마가 처음에 나왔을 때에는 배우들의 수준높은 연기력과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평들과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마지막 단 한회차가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자 시청자들은 그동안 호평했었던 작가의 역량을 의심하였고 혹평하였으며 심지어 이드라마를 보게 된 것들을 실수라고 이야기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이처럼 글을 작성하는 것 또한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독자들에게 기억되기 때문에 글을 작성하면서 유종의 미를 잘 거두는 것은 글쓰기의 과정 속에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일단 채워 넣기

 

나에게 이 단계는 틀을 잡아놨으니 이제 그 안을 채워 글을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안에 채워놓는 글들은 맞춤법이 틀려도 좋고 맥락이 어색해도 좋았다.

 

일단은 그 틀안에서 벗어나지 않게만 내용들을 채우는 것이 중요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다음 스탭이 일단 작성된 글을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뇌안에 있는 모든 내용들을 쏟아내고 글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글을 쓰다보면 얼추 다 작성된 글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 순간만큼은 그냥 "글 하나를 다 썼다!" 라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쉰다.

 

조금씩 더 완벽하게

 

현재 생각하고 있는 내용들을 쏟아내어 글을 쓰다보면 내가 그때 어떤 내용들로 채워놓았고 어떤 순서로 생각들을 정리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뒤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엉망진창이고 내용의 순서도 엉망인 글들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머릿속에 있었던 흩어진 지식들과 생각들이 정리하고 있는 글처럼 같이 정리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들과 경험들이 더욱 더 단단해졌고 이 과정에서 정리된 내용들은 머릿속에 쉽게 흩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깊이 남아을 수 있었다.

 

수정하기 단계 실습

잘 작성된 글은 아니지만 조회수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스트리밍 프로토콜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예시로 수정하기를 진행해보겠다. 수정하는 과정 속에 글이 어떻게 점점 좋아지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직접 실습을 진행해보겠다.

 

서론 수정 전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등 스트리밍 플랫폼 들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살펴보면서 스트리밍을 하는데 있어 어떤 프로토콜들을 사용하고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 공부하고 직접 사용하기 위한 정리를 해놓습니다.

서론 수정 후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플러스등 다양한 OTT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 나오고 있다. 기존에 영상 매체를 사용하지 않던 몇몇 플랫폼 서비스들도 틱톡, 유튜브 쇼츠 등의 유행으로 짧은 영상 형태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면서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더불어 스트리밍과 관련된 기술들이 많이 발전하게 되었다. 그런 스트리밍 기술들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기 전에 스트리밍 기술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리밍 프로토콜들을 알아보고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론을 수정하기 전에는 무슨 배경으로 해당 글 내용을 설명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수정하고 난 뒤에는 스트리밍 기술이 어떤 곳에 사용되어지는지 자세히 이야기하고 직관적인 기업들로 예시를 설명하면서 글에 대해서 어떤 내용이 나오게 되고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글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본문 수정 전

2. 스트리밍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
대부분의 비디오파일은 스트리밍용으로 설계되지 않았기기 때문에 비디오를 스트리밍을 하려면 스트리밍을 할 수 있도록 파일을 변환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리밍하기 쉽도록 한개의 파일을 작은 파트로 나누고 그러한 청크를 순차적으로 송신하고 수신이 되는 대로 재생을 하는 것이다.

 

본문 수정 후

2. 스트리밍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이유

코덱의 압축하는 기술이 아무리 좋더라도 파일 크기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존재했고 무선 인터넷과 같이 네트워크가 변칙적인 환경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했다. 만약 기차와 같은 환경에서 영화를 다운로드를 한다고 처음에는 30분이였지만 가정해보자 터널을 들어갈 때 마다 들쑥날쑥하는 남은 시간을 보고는 금방 싫증을 느끼고 보지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통신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은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대용량의 데이터를 잘게 쪼개서 전송하는 통신 방식인 스트리밍 프로토콜을 채택하게 되었다. 요즘은 두개의 방식을 혼용하여 활용함으로써 전송하는 데이터의 크기를 더 줄이게 되었고 그로인해 우리는 영상들을 지연없이 더 빠르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정하기 전에는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글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수정하고 난 뒤에는 스트리밍 프로토콜이 발전하게 된 배경과 예시들과 같이 설명해주게 되면서 그 개념들을 자세히 알지 못해도 글의 내용만으로도 코덱과 스트리밍 프로토콜의 차이점을 명확하기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작성되었다.

정리하면서

이전에 썼던 글을 다시 써보면서 과거보다 더 글을 잘 쓰게 된 것은 물론이고 보는 시야가 넓여졌다는 것이 체감이 되었다. 사실 이때 글을 쓸 때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참조로 한 본문을 그저 가져다 작성하고 정리하는데 급급했고 이 프로토콜이 어떻게 동작하고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는 그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동작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구조로 인해 어떤 문제점이 생기는지 생각하여 작성하고 있는 날 보면서 놀랐었다. 아주 조금씩 하루에 한걸음 정도씩 나아가면서 얼마 나아가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생각보다 꽤 먼 길을 걸어왔었고 많이 성장했었다.

 

해당 과제를 진행하면서 이 과제를 내주신 취지 중 하나는 과거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얼마나 성장했고 나아갔는지 되돌아보고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과거에 남과 비교 했었던 나는 아무리 열심히 하고 노력하더라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 좌절하고 허탈감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게 되면서 내가 생각보다 잘 걸어오고 있었고 과거에 힘들었던 순간들과 이겨내려고 시도했던 수많은 노력들이 보상받는 느낌이였다.

 

이렇게 회고하는 방식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주 하지는 못하겠지만 여유가 될 때 종종 이런 회고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의 노력의 보상을 받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올해 계획에 추가해야겠다.